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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 우울, 불면증 치료 후기
관리자   
2015-10-10 | | 조회 1,958 | 댓글0

얼마 전 멀리 사는 친구로부터 택배가 왔다. 처음엔 에어쿠션을 몇 번이나 감았는지 단단히 싸져 있어서 무엇인지 알아 볼 수가 없었다. 풀어보니 작은 새 모양의 도자기 인형이 나왔다. 혹시라도 깨질세라 단단히 포장을 한 모양이었다. 약하거나 깨지기 쉬운 물건은 이렇게 포장에 신경을 쓰게 된다.

 

사람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내가 그랬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가난하고 화목하지 못했던 우리 집이 부끄러웠다. 밤새 부모님이 싸운 다음 날이면 옆 집 친구가 ‘야 어제 너네 엄마아빠 싸웠지?’ 라고 물어보면 울어서 퉁퉁 부은 눈으로 아니라고 잡아뗐다. 나는 내 환경이 부끄러워서, 집에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서 공부를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성실한 학생이었을 것이다. 방황했던 오빠와는 달리, 부모님도 알아서 공부하고, 별 말썽 없이 자란 내가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셨다. 하지만 나는 잘 포장을 해놓은, 언제라도 깨지기 쉬운 도자기 인형과 다를 게 없었다. 언제나 우울하고 살고 싶지 않았다. 자살을 고민한 적도 있었지만, 가족들에게 또 다른 큰 아픔을 주고 싶지 않아 그만 두었다. 그냥 원래 없었던 사람이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우울함이 익숙해진 채로 어른이 되었다.

 

가만히 두면 나아지는 상처가 있는 반면 내버려 두면 곪아 터지는 상처가 있다. 나는 후자였다. 나의 상처는 소중히 여겼던 반려동물을 잃어버린 계기로 터져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처음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받게 된 스트레스도 무시 할 수 없었다. 불안해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자괴감과 무기력함에 건강까지 나빠졌다. 혼자서는 견딜 수 없을 만큼 힘이 들어서 상담센터를 찾게 되었다.

 

그 당시의 스트레스와 감정들을 치료하고 싶어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어릴 적 경험과 감정부터 정리를 해야 할 줄은 몰랐다. 나 자신을 그려볼 때마다 초라한 어린아이를 그렸고, 내가 어린 상태에서 멈춰 있음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몹시 거부감이 들어서 내 자신이 싫었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과 자산에 대해 깨닫고부터는 어린 나에게 고마움과 연민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믿고 의지할 수 있게 되었다.

 

가족들, 특히 부모님 사이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대해야 하는지도 정리가 필요했다. 항상 중간에 껴서 부모님끼리 안 부딪히게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큰 오산이었다. 그리고 부모님의 삶을 되짚어 보면서 좀더 깊이 이해 할 수 있게 되었다. 부모님에게 엮여 있던 것을 내려 놓고 나는 내 삶을 찾아야 했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는 아직 존재하지만 이를 다룰 수 있는 법을 배웠다. 이 회사가 아니면 안 된다, 적성에 맞지 않고 못하지만 일을 잘 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는 것은 돈을 버는 목적 외에는 없다는 것과, 적성에 맞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인정했을 때 정말 마음이 편해졌다. 일과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다 밤새 잠도 잘 못 자고 아침에 후회하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가슴에 집중’하는 명상법을 배우고부터 신기하게도 잠이 빨리 든다. 이제는 잠 들기 전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활용을 해 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직 과제로 남아있는 ‘나다운 삶’을 찾는 것이다. 부끄럽게도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살아왔다. 열심히 벌어서 저축만하고 남들한테는 잘 써도 내 자신에게는 야박하게 굴었다. 물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당장 그만두지는 못하지만 그 밖의 시간에 조금씩 내가 좋아하고 잘하고, 즐거운 일을 해 나갈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몇 년 뒤, 몇 십 년 뒤라도 성공을 한다면 최고겠지만 아니더라도 괜찮다. 좋아하는 일을 했던 날들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동안 즐거웠지 않겠는가.

최근에 여행을 하면서 문득 깨달은 것이 있다. 말이 좀 안되긴 하지만 앞으로 좌우명처럼 쓰고 싶다.

 

내가 즐거우니 내가 즐겁다!

 

나답게 살아오지 못한 지난 날들이 잘 못한 것은 아니니 박수로 보내주고 이제 나를 위해 살 것이다. 지난 5개월 동안 상담을 통해 얻은 힘은 또 하나의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도자기 인형을 선물한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 말해 준다는 걸 깜빡 하고 있었는데 그거 물 넣고 불면 예쁜 새 소리가 나는 피리야! ” 그냥 장식용 도자기 인형인 줄 알았는데 물을 넣고 불어보니 정말 살아있는 새처럼 맑고 고운 소리를 냈다.

 

나도 앞으로 나만의 자산을 채워나간다면 꼭 저 인형처럼 생각지 못한 무언가를 반드시 해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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